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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ad 0. Blank Slate 제 2화 본문
만남, 인연, 그것은 마치 실과 같이.
무언가와 이어지는 것으로, 사람은 조금씩 자유를 잃어간다.
자신의 의사로, 자신을 움직인다. 그런 간단한 것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슨 수를 써도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들은 이어져간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언제나.
다테 유키무라
―이야~. 이번에도 좋은 색이지? 또 염색 잘 해버렸네, 이거야 원.
야시로 이토
……그렇네요……
다테 유키무라
에, 뭔가 텐션이……? 미안, 혹시 생각했던거랑 달랐어?
야시로 이토
앗 아뇨, 아니에요! 염색은 이번에도 최고예요, 감사합니다.
금요일 밤, 자주 다녀 익숙해진 언제나의 미용실.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감은 머리를 상냥한 손길로 드라이 받으며
나는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태프
감사합니다―
다테 유키무라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
방금까지 근처 자리에 있던 여성분이 계산을 마치고 나가,
케어를 받고 있는 것은 나 혼자가 되었다.
머리카락을 쓸고 있던 스태프 분도 뒤로 물러나, 작게 깔려있는 BGM의 선율이 들리기 시작한다.
안내를 기다리는 듯한 남자가 한 명 입구 주변의 소파에 앉아있지만
이정도 거리가 있으면 별로 서로 불편하지는 않겠지.
야시로 이토
(……응, 지금밖에 없어. 가자)
유키 씨. 실은 오늘, 상담할 일이 있는데요
다테 유키무라
에엑! 로또 1억 당첨됐어?!
야시로 이토
그랬다면 저, 머리나 자르고 있을 때가 아닌걸요……. 집에서 몸을 지켜야지.
다테 유키무라
아하하, 왜. 온 마을을 돌아다니자구.
야시로 이토
아니…… 몇 년을 돌아봐도 1억을 받을만한 선행도 괴로움도 짚히는게 없어서
갑자기 그런 큰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쁨보다도 당황스러움이 이길 것 같아요. 혹시 죽는건가? 같은.
다테 유키무라
대가가 너무 커, 너무 커.
괜찮아. 1억 받은걸로 죽는다면 이 세상 부자들은 다 죽어야 할걸.
야시로 이토
그러게요! 그럼 목숨은 건지려나.
다테 유키무라
목숨 말고도 건진다구. 그래서, 중요한 상담이라는건?
야시로 이토
앗. 제대로 들어주시는 거군요, 역시…….
다테 유키무라
왜 좀 말하기 싫어하는 느낌인데. 역시 그만둘래?
야시로 이토
아뇨, 괜찮아요 안 그만둬요. 벌써 각오는 했거든요
다테 유키무라
에―. 뭔가 나까지 두근두근거려.
나랑 말하고 있는 것 뿐인데, 그렇게나 엄청난 쿨 페이스가 된 거 오랜만이지 않아?
야시로 이토
……그런가요
다테 유키무라
그렇네요. 일단 드라이는 끝.
커트는 오늘도 가볍게 정리하는 느낌이지? 팍팍 갑니다~.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몇 시간의 수다, 그게 몇 년이나 되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 어느정도 깊어지기 마련이라……
긴장하면 긴장할수록 세 보이는 무표정이 되어버리는 나를 언제나처럼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여주는 유키씨께 감동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나는 드디어 그 이야기를 꺼냈다.
야시로 이토
유키 씨―
저, 일하고 싶어요!
???
(……? 저 아이―?)
다테 유키무라
오―. 뭐야 뭐야, 잠깐 안 본 사이에 어른의 여름방학을 시작한거야?
야시로 이토
아아 죄송해요 아니에요, 지금은 아직 일하고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다테 유키무라
아슬아슬하게라니.
그러고보니, 이토쨩의 일 이야기는 제대로 들은적이 없네. 사무직, 이라는 것 정도밖엔.
야시로 이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기업의 인사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부서 내에 인간관계의 트러블 대응에 특화된 대책 팀 비슷한게 있어서
배치받은 사람이 차례로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는 바람에 인원이 전혀 안정되질 않는데요
다테 유키무라
벌써 블랙기업 냄새가 나는데, 설마 그 팀에 있어?
야시로 이토
입사 2개월째에 배치되어서 5년째고, 얼마전에 수당이 붙지 않는 수수께끼의 직함을 받은 참이에요.
다테 유키무라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고인물 오브 고인물.
야시로 이토
계속 타이밍을 놓친 것 뿐이고, 전혀 원해서 머물러있는건 아니거든요 정말로.
잘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긴장해서 리액션을 못하게 되는걸
『너는 어떤 상대에게도 의연하게 대응할 수 있네』 라고 칭찬받아서…… 아하하, 오해……
???
……
다테 유키무라
건조한 웃음이 너무 불쌍해서 웃을 수가 없어.
뭐어 하지만, 그렇구나. 그러니까 이제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라는 거지?
야시로 이토
아뇨, 마음은 그런데 이건 그런 자발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까.
다테 유키무라
……?
야시로 이토
경위는 생략하겠지만……
지금 『사원간의 불륜관계가 진흙탕이 된 결과, 그 건을 담당하고 있던 내가 잘리거나 전근당할 것 같아』
라는 상황이란 말이죠.
다테 유키무라
왜?
야시로 이토
일단 말해두자면 하늘에 맹세코 저는 결백하다고 할까, 관계가 없고
하지만 관계자 각자가 각각의 마음대로 날뛰는 바람에 점점 큰 일이 되어버려서
큰 거래처와도 얽혀있는 이야기가 되어가서요. 좀 봐달라고 생각하면서 대응했었는데요
놀랍게도, 이 소동의 책임을 제가 지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어요……!
다테 유키무라
이토쨩, 나는 한 번도 회사같은 곳에 소속된 적이 없지만 이건 알아.
너네 회사는 미쳤어.
야시로 이토
안타깝게도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이건 아무리 그래도 이직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그런 곳에 등록해보기도 했는데요……
애초에 뭔가 하고싶은 것이 있어서 그만두는게 아니니까 바라는 점이 애매하고,
이직활동에 대해 『나는 나쁘지 않아』라고 주장할 용기도, 잘 얼버무려서 설명할 스킬도 없어서
제 이직이 성공할 전망이, 솔직히 전혀 안 보여서
다테 유키무라
아니, 그건 전력으로 주장해도 되는 부분 아니야?
야시로 이토
아하하, 그럴까요…… 뭐 하지만
이렇게 될 때까지 질질, 어찌저찌 흘러온 제가 1mm도 나쁘지 않냐고 하면
역시, 그렇진 않다고 생각해서
다테 유키무라
……
???
……윽,
야시로 이토
그러니까 유키씨라면 어떻게 할까 싶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ㅎ ―
스오우 로카
―나쁘지 않아!
다테 유키무라
!
야시로 이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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